▲ 태양광 보급의 확대는 전력망 관리의 난이도를 기하급수적으로 높였다.
태양광 발전의 가장 큰 딜레마를 이해하기 위해 식당에 비유해 보겠다. “점심시간(12시~3시)에만 10,000인분을 요리하는 뷔페”가 있다고 상상해 보라.
손님들은 대부분 저녁에 퇴근하고 몰려오는데, 이 식당은 해가 떠 있는 점심에만 음식을 미친 듯이 만들어낸다. 저장할 냉장고(ESS)가 없다면? 점심에 만든 9,000인분의 음식은 모두 쓰레기통으로 가야 하고, 정작 저녁에는 음식이 없어 손님들이 굶어야 한다.
이 현상을 전력 시장에서는 ‘덕 커브’라고 부른다. 그래프의 모양이 오리(Duck)의 등과 목을 닮았기 때문이다.
- 오리의 배 (낮 12~3시): 태양광 발전량이 폭증하여 전력 공급이 수요를 초과한다. 기존 화력 발전소들은 가동을 멈춰야 한다.
- 오리의 목 (오후 5~8시): 해가 지면서 태양광 발전이 ‘0’이 되는 순간, 퇴근한 사람들의 전력 소비는 급증한다. 이때 전력망 운영자는 몇 시간 만에 원전 수십 기 분량의 전력을 급하게 공급해야 하는데, 이 속도를 맞추지 못하면 바로 대정전이 발생한다.
캘리포니아에서는 이 곡선이 매년 더 깊어지고 있으며, 한국 또한 태양광 보급이 집중된 호남 지역과 제주도를 시작으로 ‘오리의 공습’이 현실화되고 있다. 덕 커브는 더 이상 이론이 아니다.
출력제어와 SMP 마이너스 가격: 돈을 주고 전기를 버리다
전력망은 저수지와 달라서 전기를 담아둘 수 없다. 들어오는 양(공급)과 나가는 양(수요)이 1초라도 맞지 않으면 주파수(60Hz)가 흔들려 발전 설비가 고장 나고 전력망이 붕괴된다. 그래서 전력거래소는 눈물을 머금고 명령을 내린다. “태양광 발전소, 스위치 끄세요(Curtailment).”
💸 마이너스 가격의 기현상
유럽과 캘리포니아, 그리고 한국의 제주도에서는 전기가 남아돌아 도매 가격(SMP)이 ‘0원’에 수렴하거나 심지어 ‘마이너스(-)’로 떨어지는 일이 빈번하다. 발전 사업자가 전기를 팔아 돈을 버는 게 아니라, 오히려 돈을 내고(패널티) 전기를 버려야 하는 상황이다.
정부 목표대로 재생에너지를 늘릴수록, 아이러니하게도 ‘버려지는 전기’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. 한국의 제주도는 이미 풍력 발전기의 셧다운이 일상화되었고, 전남 지역은 송전망(계통)이 꽉 차서 새로운 태양광 발전소 허가가 사실상 중단되었다.
이것은 “고속도로(송전망)는 2차선 그대로인데, 차(발전소)만 100만 대로 늘린 정책의 실패”다. 덕 커브가 심화될수록 출력제어와 SMP 마이너스 가격은 더 자주 발생할 것이다.
투자 기회: HVDC 송전망과 ESS 스마트그리드로 이동하라
이제 ‘얼마나 많이 설치하느냐’의 시대는 끝났다. ‘얼마나 잘 관리하고 이동시키느냐’의 시대가 왔다.
태양광 모듈을 만드는 제조사들은 중국발 저가 공세와 시장 포화로 인해 치킨게임에 돌입했다. 현명한 투자자라면 이제 발전소(Generation)에서 눈을 돌려야 한다. 돈은 막힌 곳을 뚫어주는 곳으로 흐른다.
- 송전 인프라: 좁은 전력망을 넓혀줄 초고압 직류송전(HVDC) 기술과 전선(Cable) 기업
- 스마트 그리드: 넘치는 전기를 실시간으로 제어하고 배분할 전력 IT 솔루션 및 가상발전소(VPP) 기업
- 저장 기술: 그리고 가장 중요한, 이 모든 문제를 한 방에 해결할 ‘거대한 배터리’ 기술
이어지는 [연재 2부]에서는 이 가파른 덕 커브를 평평하게 만들고, 버려지는 전기를 돈으로 바꿀 게임 체인저, ‘장주기 ESS, 수소, 그리고 레독스 흐름 전지’에 대해 심층 분석한다. 리튬 배터리의 화재 위험을 넘어서는 차세대 기술이 왜 필수적인지 확인하라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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💡 Editor’s Note
덕 커브는 기술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 문제다. 개인적으로 2027년까지 송전망 투자는 연평균 30% 성장할 것으로 본다.
태양광 패널 제조사는 끝났다. 이제 돈은 전력망을 지능화하고, 에너지를 저장하는 기업으로 흐른다. 덕 커브가 심화될수록 ESS와 HVDC 기업의 가치는 상승한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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⚠️ 투자 유의사항
본 콘텐츠는 시장 분석 및 정보 제공 목적이며, 특정 종목의 매수 또는 매도를 권유하지 않습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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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연재 예고] 2부: 버려지는 전기를 돈으로 바꿔라
리튬 배터리의 한계를 넘어서는 ‘수소’와 ‘레독스 흐름 전지’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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